![]() ![]() 네가 오는 것은 눈물겨운 나의 기다림만으로도 족하다. 늘 그렇게 생각한다, 이별은 상처처럼 깊이 두렵고 가슴 저미는 일이지만 너는 왔다간 금세 가야 하니까. 내 마음 위로 한닢 바람기 같은 뜬소문 같은 흔적이나 남겨놓고 머물렀던 몇날 밤 쌓아올린 정분에도 미련없이 서둘러야 하는 발걸음처럼, 총총 떠나버란 너. 그래도 너를 기다리던 지난 여름숱한 날들은 달력에 금을 긋고 바닷물때의 간만(干滿)을 지켜보며 한없이 즐겁고 떨리기만 하였는데......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더이상 바람이란 품어서는 안 될 허튼 나의 욕심. 네가 잊지 않고 찾아와 주는 것만 해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데. 아, 젊은 정부(情夫)처럼 잠시 머물렀다간 훌쩍 가버리는 가을. < 가을편지 > / 이수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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