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아닌 본능적 존재…“예쁘게 보이는 건 사절” 관능적 몸짓 대신 기괴함 살린 ‘날 것’의 연기 “‘드라큘라’는 기회이자 구원…최고의 경험”
뱀파이어 슬레이브는 ‘드라큘라’ 작품 속 캐릭터 중 가장 ‘기이한’ 존재다. 매 시즌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는 이 역할을 올해는 김서안 이찬 권수임 세 사람이 맡았다. 세 사람은 역할에 대해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이자, 오로지 먹는 것만 중요하지 사람다움은 없는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오디컴퍼니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고전부터 신작까지, 뱀파이어가 등장한다는 모든 영화와 드라마를 섭렵했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뱀파이어 작품을 전부 찾아봤어요. ‘드라큘라’와 관련한 영화를 정주행했고,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트와일라잇’ 속 캐릭터도 하나하나 분석했어요. ”(김서안, 이찬, 권수임)
뱀파이어 슬레이브는 ‘드라큘라’ 작품 속 캐릭터 중 가장 ‘기이한’ 존재다. 사람이 연기하지만, 엄연히 사람은 아니다.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예요. 오로지 먹는 것만 중요하지 사람다움은 없는 캐릭터예요.” (김서안·이찬) 사람 역할을 맡은 배우들과는 분장도 다르다. “이전 공연들에선 예쁘게 보이려고 항상 신경 썼는데 이번엔 조금 더 더럽게 보이려고 해요.(웃음)”(권수임) 피부는 새하얗고, 가발을 쓴 머리는 몇 날 며칠을 감지 않은 듯 부스스하다. 속눈썹은 두 겹씩 붙인다. “빨간색과 검정색 두 겹으로 속눈썹을 붙이는데, 처음엔 무거워서 적응을 못했어요. 지금은 빨간 속눈썹이 없으면 너무 순해 보여 이상할 정도예요.”(권수임) 뱀파이어 슬레이브의 정체성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입술이다. “방금 피를 마신 것처럼 줄줄 흘리거나 번지게 그려요.”(김서안) 모든 조합이 완성되면 무대 아래 세 사람의 화사한 얼굴은 다른 세상의 낯선 존재가 된다.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뱀파이어 슬레이브 역할을 맡은 김서안 [오디컴퍼니 제공]
‘뱀파이어 슬레이브’ 역할이 어려운 것은 ‘드라큘라’라는 작품의 정체성까지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세 번의 시즌 동안 이 역할은 관능적인 이미지로 그려졌다. 사람을 유혹해 피를 빨아먹는 모습이 기존 영화 속 뱀파이어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민은 오디션 전부터 시작됐다. 세 사람은 “섹시함이 난관”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드라큘라’ [오디컴퍼니 제공]
“날 것 그대로의 모습”(권수임)으로 태어난 뱀파이어 슬레이브를 연기하다 보니,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접근을 한다. 무대 위 세 사람은 스스로를 단 한순간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사 역시 원초적이다. “정말 근사한 먹잇감이야!”, “하지만 녀석은 주인님의 것이야!”, “아니, 저 녀석은 우리거야!”(1막 6장 중) 대본에 충실해 최대한 “이성의 끈을 놓고 본능적인 것만”(이찬) 기억한다.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기 전 가지고 놀듯 사람을 잡아먹는 모습을 연구”(김서안)했다. “예뻐보이지 않으려고 했어요. 며칠을 굶다 먹는 것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공연 중엔 피를 마실 때 어느 부위가 가장 통통할까, 어디에서 피가 가장 많이 나올까 생각하면서 연기해요.(웃음)”(이찬) 고민을 거듭해도 만족스럽지 않은 무대가 나올 때도 있다. “오늘 너무 사람 같았다고 느껴지는 날이에요.(웃음)”(이찬) 세 사람의 고민이 만든 무대는 통했다. 애초 막강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것도 “뱀파이어의 기이한 동작과 인간과의 차별환된 움직임”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뱀파이어 슬레이브 역할을 맡은 이찬 [오디컴퍼니 제공]
“노래하고 연기하는 것이 좋아” 뮤지컬 배우의 길에 접어든 세 사람은 공교롭게도 모두 무용을 공부한 공통점이 있다. 김서안은 부산예고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다 실용음악과로 대학에 진학한 후 ‘욜 슉 업(All shook up)’(2016)으로 데뷔했고, 이찬은 일곱 살에 무용을 시작해 20여년 한 길을 걷다 지난해 뮤지컬 배우(2020년 ‘여명의 눈동자’)로 무대에 섰다. 권수임도 무용 전공자로 무용단 생활을 하다 2016는 ‘노트르 담 드 파리’로 데뷔하게 됐다.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 모두에게 쉽지는 않았다. “몸으로 표현하며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고, 표정도 만들어가는 것이 처음엔 부담이더라고요. 지금은 어떻게 나를 표현해야 할지 연구하고 시도하고 있어요.”(이찬)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뱀파이어 슬레이브 역할을 맡은 권수임 [오디컴퍼니 제공]
“작품마다 다르지만 앙상블로 무대에 서다 보면 그림으로만 활용되는 경우도 있고, 출연이 많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땐 참 아쉽고 무대에 대한 갈증을 느끼기도 해요. 뱀파이어 슬레이브는 많이 나오는 역할을 아니지만, 중요한 장면에 등장하니 더 효과적으로 보이려 노력하면서 무대의 소중함을 느끼게 돼요.” (권수임)처음으로 주어진 역할은 이들 모두에게 한 단계 나아가는 발판이 되고 있다. 무대에 서는 배우로서의 바람도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받으며 꿈을 키웠어요. 저 역시 제가 가진 작은 재능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는 주고 싶어요.”(김서안) “건강한 에너지를 주는 사람, 진실한 마음으로 매순간 집중해 무대에 서고 싶어요.”(이찬) “공감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권수임)
“앙상블은 배역의 이름이나 정해진 역할이 없이 여러 장면에 등장해야 해요. 그만큼 더 힘이 들기도 하고, 기술도 많아야 해서 몇 배의 연습이 필요해요. 뱀파이어 슬레이브라는 롤을 받은 덕분에 한 가지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지금 제게 가장 달라진 부분인 것 같아요.”(김서안)
앙상블 배우로 각자의 길을 가던 세 사람에게 지금은 견디고 벼텨야 하는 시간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의 위기는 이들에게도 현실의 무게를 고스란히 안겨줬다. “일 년에 맞물리면 세 작품 정도를 했었는데, 이젠 오디션 자체가 없어요. 오디션으로 일 년 농사를 미리 지어야 하는 직업인데, 아무래도 걱정이죠.” 그럼에도 무대는 이들에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자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는 곳”(권수임)이다. 그런 와중에 만난 ‘드라큘라’는 “기회이자, 구원”(김서안)이었고, “상상해온 것을 실현한 판타지”(이찬)였으며, “잊지 못할 경험”(권수임)의 순간이 되고 있다.
“체구가 작다 보니 그간의 슬레이브처럼 섹시한 모습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정형화된 모습이 아닌 욕구에 충실한 동물 같은 느낌으로 해석해봤어요.”(김서안) 각기 다른 표현방식, ‘디테일의 차이’로 새로운 뱀파이어 슬레이브를 만든 것은 이번 시즌 세 사람의 역할이었다. “‘섹시’와는 거리가 멀어 부담도 컸고, 스트레스도 받았어요. 전 공포영화 속 캐릭터의 기괴한 움직임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섹시하고 부드러운 몸짓보단 견갑골을 사용한 기괴한 몸짓으로 표현했어요.”(이찬) “스스로 신생 뱀파이어가 됐다고 생각했어요. 피에 대한 갈망과 욕구를 많이 표출하면서 유혹적이고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향에 대해 연구한 것 같아요.”(권수임)
오후 7시 30분 시작되는 공연을 위해 세 사람은 일찌감치 집을 나선다. 뱀파이어 슬레이브의 콜타임(메이크업 등을 진행하기 위해 배우들이 공연장으로 오는 시간)은 3시 30분부터다. 이찬이 가장 먼저 분장을 시작한다. “분장 시간은 30분”.
10분 내외의 출연 시간. 무대 위 존재감은 여느 캐릭터 못지 않게 강렬하다. ‘뱀파이어’라는 존재를 손짓으로, 몸짓으로 표현한다. 매 시즌 오디션을 통해 뽑는 ‘뱀파이어 슬레이브’ 역할은 어렵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다. “전막에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감초 같은 역할이에요”(권수임) 게다가 ‘스테디셀러’로 안착한 ‘드라큘라’는 많은 뮤지컬 배우들의 ‘꿈의 무대’다. “누구라도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고요.”(김서안) ‘뱀파이어 슬레이브’로 ‘드라큘라’(8월 1일까지·블루스퀘어) 네 번째 시즌 무대에 서고 있는 세 사람 김서안(31) 이찬(29) 권수임(29)을 만났다.
[인터뷰] 배우 김서안, 앙상블에서 첫 캐릭터 타이틀을 얻게 된 배우. 뮤지컬 '드라큘라'
[위드인뉴스 김영식]
"누군가에게 선한 에너지를 주고 싶어요"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드라큘라>는 400여년 간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를 애절하고 웅장하게 그린 작품이다. 작품 속에는 '드라큘라'와 그의 연인으로 환생한 '미나',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가 작품을 구성하는데 '드라큘라'의 시종(侍從) 혹은 따르는 자들인 3명의 '뱀파이어 슬레이브'라는 캐릭터가 등장한다.
'드라큘라'에 의해 사람에서 뱀파이어가 된 이들은 피를 먹고 살아가는 운명으로 등장하는데 화려한 의상으로 작품의 매력을 더하는 매력적인 캐릭터 이기도하다. 그리고, 세 명의 '뱀파이어 슬레이브' 중 배우 김서안에게는 이 작품과 이 캐릭터가 남 다른 의미가 있다.
2016년 뮤지컬 <올슉업>에서 '앙상블' 일원으로 데뷔한 김서안은 이후 <금강, 1894>, <꽃보다 남자>, <에드거 앨런 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지킬 앤 하이드>, <스위니토드>,<백범> 등 뮤지컬 팬이라면 모두 이름을 들어봤을 굵직한 작품에 출연하며 자신의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앙상블 하면서 작은 캐릭터 명을 얻기도 했지만 그것은 대본상 흐름상 이름이었을 뿐 외부적으로는 여전히 '앙상블' 멤버였다.
그런 배우 김서안에게 뮤지컬 <드라큘라>는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주었다. 3차 오디션에 걸친 과정을 통해 데뷔 이래 처음으로 작품 속에서 이름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것이다. 매번 멀티배역을 연기하며 무대 뒷편에서 퀵체인지를 준비하던 그녀에게 한 가지 캐릭터만 연구하며 노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뮤지컬 <드라큘라>를 통해서 처음으로 한 캐릭터를 집중할 수 있고, 한가지 노래만 집중할 수 있던 것이 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는 배우 김서안. 특히, 더욱 좋은 연기를 위해서 자신에게 엄격하고 혹독하게 한다는 김서안은 현재의 모습에 만족하기 보다는 오늘 공연, 연기, 노래보다 조금은 더 잘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들 그렇겠지만 조금 더 많은 곳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것이 꿈이고요. 개인적인 것인데 어릴 때부터 음악이든 매체든 자극을 받고 버텨온 사람이기 때문에 저도 조금은 선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가진 별 것 아닌 재능으로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 밝은 에너지를 주고 싶다라는 생각을해요. 그런 에너지를 받았다 라고 하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그게 꿈이고 목표인 것 같아요."
뮤지컬배우 김서안과 일문일답을 관객여러분에게 전한다.
▲[21드라큘라] 공연사진_Lucy & Dracula-2_김준수, 뱀파이어 슬레이브(배우 김서안은 맨 우측) (제공.오디컴퍼니(주))
이하 인터뷰전문
뮤지컬 <드라큘라>의 작품 소개와 <드라큘라>에서 자신의 배역 소개와 부탁드립니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오랜 시간 한 여자를 바라본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로 저는 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드라큘라 백작을 따르는 '뱀파이어 슬레이브'라는 역을 맡은 배우 김서안 입니다.
데뷔 이후 '앙상블' 멤버로 작품 속에 있다가 데뷔 이후 처음으로 '뱀파이어 슬레이브' 라는 캐릭터 타이틀을 가지고 공연하게 되었는데 소감이 궁금합니다.
'앙상블'이 이름없는 배역이라기보다 공연에서 멀티배역을 담당하잖아요. 멀티를 하면서도 소소한 이름이 있는 역을 하기도 했어요.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는 멀티연기를 하면서 스칼렛 옆에 있는 꼬마하녀 '프리시'라는 캐릭터를 하기도 했는데 뮤지컬 <드라큘라>를 통해서 한 캐릭터를 집중할 수 있고, 한가지 노래만 집중할 수 있던 것이 저에게는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연습과정에서 가장 신나고 즐거웠던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연습과정에서 혼자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든요., 그래서 연습하면서 '신나고 즐거웠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없지만 뱀파이어나 흡혈귀라는 캐릭터를 제가 언제 해보겠냐 싶어서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봤던 것 같습니다. '뱀파이어 슬레이브' 세 명이서 말도 안되는 것도 해보고요. 돌아보면 그런 연습과정에서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는지 궁금합니다.
기존과 다른 접근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뱀파이어 슬레이브'를 많은 배우 분들이 연기를 했지만 섹시하고, 관능적인 분들이 하셨잖아요. 그리고 그런 캐릭터로 생각하고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못해낼 것 같더라고요. 제가 그렇게 접근을 하면 관객들이 보실 때 섹시한 척하는 조그만한 여자배우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려고 했어요.
섹시하게 유혹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동물적이라고 할까요?
뮤지컬 <드라큘라>를 통해 이전에 하지 못한 새로운 경험이 있다면요?
음악감독님께서 강조한 것이 있었는데 "잘 부르려고 하지 마라"는 말씀과 "잘 부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개성있게 해야 하고 손의 움직임도 사람이 아닌 톤을 연구해봐라" 라고 노트해주셨는데 그 말씀은 제가 기존에는 한번도 듣지 못한 노트이기도 하고 제가 실용음악과를 나와서 그런지 음악의 틀 안에서 벗어나는 것이 지금도 정말 힘들기도 해요.
그리고, 작품 전체를 볼 때 제가 출연하는 비중이 많지는 않거든요. 첫 등장 이후 재등장까지 시간적 여유도 있고요. 그래서 대기하는 시간동안 '뱀파이어 슬레이브' 역을 하는 배우들이 그날 노래한 소리를 들어볼 때도 있어요. “너무 뻔했나?” 또는 “매력이 없나?” “음이 맞았나?” 어떤 때는 “언니, 저 오늘 사람 같아요!” 라고 말하면서 같이 고민을 하는데 이런 고민은 이 작품에서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정말 신기해 하고 있어요.
무대 밖 김서안 배우가 궁금합니다. 어린 시절 꿈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TV에 나오는 사람. 직업에 대한 것이 성립이 되기 전에는 그저 TV에 나오는 사람이 꿈이었던 것 같아요.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이 음악을 틀면 걸으면서 춤추고 그랬다고 하고요. 이후에 조금 크면서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니까요. 나는 '노래하고 연기하는 그 자체를 좋아하는구나' 그래서 그것과 관련된 직업을 해야겠다로 발전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는 오디션을 정말 많이 봤어요. 제가 부산이 고향인데요. 부모님 몰래 서울에 올라와서 오디션을 보고 그랬거든요. 내려가면 집에서 쫓겨나기도 했죠. 연예계로 가고자 했다기 보다 제가 아는 경로가 연예기획사 오디션이어서 그랬던 것 같고요. 그렇게 제가 아는 방식으로 노력을 하다가 뮤지컬배우로 진로를 잡은 것은 고등학교 때부터 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부산예고 무용과를 나왔어요. 어머니는 발레를 하시고 아버지는 음악을 하셔서 자연스럽게 두가지를 모두 하게 되었고요. 대학은 실용음악과를 졸업하면서 꾸준히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포기하려는 순간 만난 첫 작품, 입봉작 뮤지컬 <올슉업>
저는 입봉까지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린 케이스였어요. 오디션만 1년을 봤거든요. 아무래도 제가 경력도 없고, 뮤지컬 관련과도 나오지 않다보니 서류 탈락도 많이 했고요. 돌아보면 뮤지컬 <올슉업>으로 입봉할 수 있었던 것이 제가 무용과를 나와서 몸을 쓸 줄 알았던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또, <올슉업>은 팝 뮤지컬이잖아요. 제가 대학에서 전공했던 것이 실용음악이다보니 이런 것들이 모여서 <올슉업> 오디션에 통과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지금도 해요.
사실 제가 그만두려고 했을 때 만난 작품이 <올슉업>이거든요. 1년 가까이 아르바이트 3~4개 하면서 오디션을 봤는데 현실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부모님에게 죄송해서요. 그러다가 올해까지 하고 안되면 그만해야겠다 라고 마음 먹었어요. 오디션은 그 전해에 보고 결과는 새해 1~2월에 나오는 과정에서 오디션에 합격해서 참여하게 되었던 거예요.
합격소식 듣고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내 됐어! 아빠”(부산 사투리 ver) 라고 전하기도 했고요.(웃음)
▲[드라큘라] 뱀파이어 슬레이브역-김서안 프로필 사진 (제공. 오디컴퍼니(주))
김서안 배우의 이름의 뜻이 궁금합니다.
뮤지컬 <백범> 전에 작품을 쉬고 있으면서 잘 됐으면 하는 생각으로 김서안으로 개명을 하게 되었습니다. (敍 펼 서, 妟 편안할 안) - 펼치고 편안하고 싶습니다.
최근 김서안 배우님을 가장 즐겁게 한 일은 무엇인가요? 지금 행복하세요?
제가 가장 고민했던 것인데요. 저는 행복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행복한 것이 뭐지? 그래서 누가 저에게 “너 행복해?”라고 물어보면 “잘 모르겠어요”라고 답할 것 같아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저희 아버지는 “별일 없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이지” 라고 하시는데 어쩌면 그럴 수도 있고요. 제가 못 느끼는 것 일 수 있겠지만 행복에 대해서는 제가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대신 즐겁게 하는 일이라고 무엇이냐고 질문하신다면 지금은 작품을 하고 있어서 즐거워요. 제가 <올슉업> 전에 고비가 있었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작년에 <백범> 전과 두번째 고비였거든요. 짐을 싸기도 하고 그래서 지금 일하는 자체가 정말 즐거워요. 계속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같이 공연하면서 자연스럽게 존경하게 된 선배가 있다면?
조승우 선배님요. 물론 저는 그 분을 절대 못 따라갈 것 같고요. 그저 동경하면서 바라 보게 될 제 연기의 목표이자 최대 목표치가 조승우 선배님이세요.
<지킬앤하이드>, <스위니 토드>를 하면서 조승우 선배님을 연습실에서 가까이서 봤을 때가 있었는데 정말 숨소리까지 섬세하시고 멋있는 선배님이셨어요. 보면서도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못해내겠구나 라고 생각할 정도로 정말 존경하게 된 거 같아요. 제가 당시에 너무 충격적으로 다가와서 '나는 연기를 1차원적으로 하고 있구나' 한번 더 충격을 받고 노력할 수 는 계기를 만들어주셨다고 할까요. 저에게 그런 순간을 만들어 주신 분이세요.
그럼 다시 본인 이야기로 돌아와서 자신이 가진 배우로서 큰 장점은요?
저는 감히 말하자면 특출나게 잘하는 것은 없지만 발란스가 좋은 배우랄까요. 제가 뮤지컬배우로서 많은 곳에서 활동하지 않았지만 뮤지컬배우로 제가 일이 끊이지 않고 할 수 있던 것은 제 키에 비해서 몸을 잘 쓰고 뮤지컬배우지만 실용음악과를 전공해서 조금이나마 음악적으로 귀가 열려 있는 것 같아요.
배우 김서안의 앞으로 배우로서 꿈 혹은 각오는 무엇인가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다들 그렇겠지만 조금 더 많은 곳에서 노래하고 연기하는 것이 꿈이고요. 개인적인 것인데 어릴 때부터 음악이든 매체든 자극을 받고 버텨온 사람이기 때문에 저도 조금은 선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가진 별 것 아닌 재능으로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 밝은 에너지를 주고 싶다라는 생각을해요. 그런 에너지를 받았다 라고 하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그게 꿈이고 목표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