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 목티를 입었으니 추운 계절이었겠지.. 그 당시로는 정말 괜찮은 공연장이었어, 경성대 콘서트홀. 티켓을 준비해뒀는데 사정으로 그 사람이 내려오질 못했었네. 고집스레 자리 하나 비워두고 혼자서 봤던 기억이.. 너무 좋았던 공연이었고 (함께 못한 것만 빼고) 특히 이 노래, 노래하기전 조동진의 설명으로 노래의 사연을 듣고는 정말 특별한 느낌으로 무대를 봤던 기억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의 느낌을 곡으로 썼다고. 후렴부 장필순의 코러스와 어우러진 이영재의 치열한 기타솔로는 지금도 생생해. 오늘.. 그리움처럼 겨울비가 내린다.
날마다 나는 삼나무 숲으로 흘러가는 강을 따라 길고 긴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어느날 나는 거대한 삼나무 숲으로 들어갔다가, 어떤 방랑자가 갈겨 쓴 듯한, 이 삼나무의 연륜이 설명되어 있는 표지를 발견했습니다. 삼나무가 정말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아마 깨닫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 표지에는 삼나무가 이만큼 컸을 때 부처가 태어났고, 이만한 크기일 때 예수가 태어났으며, 또 이렇게 거대할 때 한니발이 알프스를 넘었다는 등등의 말이 씌어 있었습니다. 마지막 귀절에서 그 방랑자는 이렇게 썼습니다. 「한 나무가 죽어서 땅 위에 쓰러졌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세균은 서서히 그 나무를 분해시키기 시작한다. 몇년이 흐르면 그 나무는 땅 속에 녹아 들어가 다른 나무들이 살 수 있도록 자기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돌려 준다.」 그것이 과연 터무니 없는 일일까요? 갑자기 나는 이것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읍니다. 어쨌든 결국에 가서는 우리도 무언가를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 삼나무의 놀랍고 끊임없는 생(生)의 과정처럼 말입니다. 인생의 목적은, 적어도 우리가 살아 있음을 자각함으로써 우리의 인생을 좀더 새롭게 생각하고, 아끼고, 영위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한 레오 로스텐의 말은 아마 옳은 것 같습니다.
첫사랑.. 유효기간이 없는 사랑.. 첫사랑이다. 무료, 권태.. 후회가 싹틀 수 없는게 첫사랑이다. 살아내면서 문득 떠오르는 거..? 그런 건 첫사랑이 아냐. 사랑의 생명을 얻는 순간, 그렇게 바로 영원이 되는거 그런게 첫사랑이지.. 미완성이 아닌, 진행형의 설렘.. 그게 첫사랑이야. 내게 있어 그 사람은, 지금껏 바다내음 피어나고, 아직도 파도소리 넘쳐나는 마음 깊은 곳의 '바다' ..
사람들이 마치 사랑은 공정보다도 훨씬 숭고한 것으로 생각하고 공정을 포기하면서까지 사랑을 과대평가하며 최상급의 찬사를 아끼지않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사실 사랑이란 것은 공정이라는 것보다 훨씬 더 우매한 것이 아닐까요? - 분명코 어리석은 일이지만 바로 그 때문에 점점 더 만인에게 더욱 좋은 것이 되는가 봅니다. 사랑은 어리석지만 보물이 가득 담긴 뿔을 갖고 있습니다. 사랑은 이 뿔에서 선물을 꺼내어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 줍니다. 비록 그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게다가 이에 감사할 줄 모르는 자에게도, 사랑은 성경에 의해서든 경험에 의해서든, 올바르지 못한 사람만 아니라 올바른 사람들도 흠뻑 적셔주는 비처럼 공평합니다.
고독은 오직 하나가 있을 뿐입니다. 그것은 크고, 쉽게 견뎌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사람에게 이 고독을 무엇인가 아주 평범하고 값싼 결합과 교환하고 싶은 때가 오는 법입니다. 누구든 상관없이 가까이에 있는 사람, 아무리 시시한 사람과의 하잘것 없는 외양적인 일치라도 좋으니까 그것과 교환하고 싶은 때가 오는 법입니다. 그러나 대개 그때야말로 고독이 성장하는 시간입니다. 왜냐하면 고독의 성장은 마치 소년의 성장과 같아서 고통이 따르고, 봄이 시작될 때처럼 서러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것에 현혹되어서는 안됩니다. 필요한 것은 오직 고독, 커다란 내면적인 고독뿐입니다. 자신의 내부로 들어가서 몇 시간이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것-,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됩니다. 어린아이 적에, 어른들이 중요하고 대단한 것처럼 보이는 일에 - 그러나 그것은 어른들이 아주 바쁘게 보이고, 어린아이는 어른들이 하는 일을 무엇하나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만 - 관여하여 우왕좌왕하고 있었을 때, 우리가 고독했듯이 그렇게 고독해야 합니다. <릴케> ...藝盤예반 *.*
평소 그 사람에게 즐겨했던 작은 선물이 있다. 우편엽서에 예쁜 글귀들을 적고, 색연필로 삽화를 그려서 그 사람의 책 속에끼워주는것.. (참.. 언제적 문화야..) 우편번호 12개의 네모안에는 무지개빛 색종이를 붙여서 말야. 하숙방 메이트가 '청승떤다'고 그랬지만 난 그게 즐거움이었거든. 특히.. 그 사람 생일에는 나이만큼 엽서로 병풍을 만들어 직접 녹음한 음악테입과 함게 선물했지. 그땐 LP로 일일이 한 곡씩 녹음을 할 수 밖에.. 그 중, 가장 좋아하는 몇 곡은 하숙방에서 밤새 이불을 뒤집어쓰고 기존의 곡에다 내 목소리로 2,3부씩 화음을 더해서 더빙을 하곤 했다. 3일을 꼬박 투자한 역작(?)이라 물론 그 사람은 너무너무 감동했고.. 지금 다시 그 짓을 할 수 있겠냐구..? 그 사람, 그 느낌이라면 기꺼이..
사랑이란 본디 특정한 사람에 대한 관계가 아닌 것입니다. 그것은 하나의 태도, 곧 어떤 사람이 사랑의 어떤 대상에 대해서가 아니라, 전체로서의 세계에 대한 관계를 결정하는 성격의 방향인 것입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다른 한 사람만 사랑하고 나머지의 자기 동료들에게 무관심하다면, 그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고 편협된 애착이던가, 혹은 확대된 자기 중심주의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이란 그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대상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사실, 그들은 자기들이 사랑하는 사람 말고는 그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자기들 사랑의 강력한 증거라고 믿기까지 합니다. 이것은 그릇된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사랑이란 활동적인 것이고 정신력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필요한 것은 올바른 대상을 찾아내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모든 것은 그 배후로 물러 서는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태도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사람이 기술을 배우는 대신에 올바른 대상을 얻지 않으면 안되고, 또한 그것을 찾아내면 아름답게 그릴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견줄 수가 있습니다. 만일 내가 한 사람을 진실로 사랑한다면,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만일 내가 누군가에게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으면, 「나는 당신들 누구라도 사랑한다. 나는 당신을 통해서 세계를 사랑한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또한 나 자신을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사랑이란 한 사람에게서가 아니라, 모든 것에 관계하는 방향제시라고 말하는 것이, 사랑받는 대상의 종류에 따라 바뀌는 여러가지 사랑의 형식 사이에 차이가 없다는 생각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 남자들은 이상하다. 창녀를 고르러 와서는 가장 창녀가 아닌 것같은 여자를 고르려고 야단들이다.' ♣ < 이외수 > ♤.. 아무리 누리고 싶고 즐기는 삶이 고프더라도 탐욕의 영역으로 가는 건 경계하기를. 탐욕은 본능으로 위장된 채 고삐 풀린 망아지와 같은 것. 고삐를 힘것 붙들지 않으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탐욕은 궁극적으로 고귀함과는 거리가 먼, 헤픈 삶으로 이끌 뿐. ...藝盤예반 *.*
주말에 집으로 가는 기차.. 주로 경산역이나 가끔 동대구역을 이용했는데, 4년 동안 참 많이도 달렸겠지만 가장 빈번하게 기차를 탔던건 아마도 광주가 붉게 물들었던 그 시절.. 휴교령으로 오랜 시간 캠퍼스가 문을 닫았을 그 때, 하숙집에 있을 수도 없고 해서 집으로 왔지만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뻔질나게 기차를 탔었네. 어쩌다 그사람이 내려오면, 돌아가는 길에 함께 기차에 올라 굳이 동대구역에서 한번 더 이별을 하고는 다시 내려왔지. 가끔 사치로 무궁화호.. 아니면 통일호나 비둘기호, 만나서 같이 보내는 시간만큼 기차에서 보내지만 전혀 무료하지 않았다. 규칙적인 기차 바퀴의 리듬처럼.. 함께 달리는 내 마음.. 언제나 설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