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종점길 추적추적 진눈깨비 내리는 허리우드 극장 골목길을 지나 파고다 공원 벤치 위 인생은 표지의 잡지처럼 통속하거늘 한때 내 청춘도 플래카드를 들고 외쳤다 마이 퍼니 발렌타인 내가 좋아하던 것, 내가 거부하던 것, 내 피가 원하던 것 마약처럼 내 생의 전부를 지배하던 것
때묻은 트럼펫으로 내가 부는 노을은 낡은 육교 위에 머물고 구겨진 술집 사이를 떠돌고 불현듯 영화관을 나오다가 국밥을 먹으러 그 술집 들렀다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나를 아는가 오래된 벽보 속에서 색소폰을 들고 있는 한때 나도 푸른 이마로 저 세상의 정면을 향해 달려갔지
네온사인 네온사인 황혼의 네온사인이 인생의 시작인걸 불 빛에 번지는 걸죽한 내 악기 아무도 사가지 않고 바람 새는 내 입술 소리 아무도 듣지 않네
무엇을 보느냐 무엇을 듣느냐 화려함을 꿈꾸는 머리카락들아 박수를 기다리는 벌레들아 언젠가 너희도 이 허리 굽은 종점의 골목에 놀러 오리라 비로소 무거운 지게 내려놓고 불멸의 인생 죽음으로 가는 새 인생 시작하리라.
별들은 더없이 푸른빛 그 밝은 투명함이 내 삶의 간극을 아득하게 한다 니나 시몬의 노래가 떠오른다 깊고도 슬픈 상처받은 영혼의 검은 절규같은 그녀의 노래를 들을 때면 그때마다 갈증은 치밀어 신비루의 상처를 더듬거린다 잔물결 이는 슬픔이 두 눈을 안개 속에 묻는다 깊은 밤 소주잔을 털어 넣는다 잠시 후 뱃속 저곳에서부터의 반응 화르르 번져 올라오는 갈 수 없는 곳으로 달려가고 싶은 이루어질 수 없는 간절함의 열기 보이지 않는 동굴의 어둠 아래로부터 피아노의 낮은 건반에 실려 니나 시몬이 울고있다 비를 맞고 있다 두 귀를 울린다 고문처럼 옥죈다 뒤척이다 뒤척여도 지겹게 따라붙는다 떼어놓을 수 없다 우울한 그림자 이미 나는 거울을 볼 수 없는지 오래 시계바늘은 안간힘으로도 오르막길을 넘어서지 못하고 노래는 자꾸 미끄러지며 적막을 향해 나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