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동물사육동 옆 창고같은 자투리 공간에 탁구대가 두 면 있었어. 점심시간에 모여서들 똑딱~ 거렸지. 특별히 잘 치는 애들은 없었고, 소심한 터라 게임은 별로 안하고 주로 구경만 했었다. 그 사람도 가끔 내려왔었는데 그럴때면 얼른 라켓을 잡았지, 보란듯이 잘 쳤고. 근데 우째, 내가 몇 번 휘두르면 그 사람이 슬그머니 나가는 거야. 별로 안 친하던 때라 괜히 혼자서 별 생각을 다했네. 내가 좋아하는 걸 아나? 소문에 들었을 테니까, 신경쓰는 건가?? 그사람도 혹.. 내 맘 같은가?? 똑딱거리는 탁구공처럼 내 잔머리도 똑딱똑딱~
"Delilah" is a song Mercury penned for his favourite housecat, a female tortoiseshell cat, named Delilah. 학생회관에서 하루 세끼를 해결하는 하숙생들, 이른바 '월식생'이다. 한 달 식비가 3~4만원 정도였나? 쿠폰처럼 90장의 식권을 받았지. 옹기종기 모여사는 수십명의 하숙생들이 가끔씩 이벤트(?)를 한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시골돼지를 한마리 잡는 거야. 학생회관식당 영양사에게 부탁해서는, 하여간 며칠동안 지겹게 돼지고기를 먹었다. 찌개.. 구이.. 수육.. 객지에서 분투하는 하숙생들로서는 최고의 보신 기회이기도 하고. 월식생들의 최고의 허세(?), 친구들에게 식권으로 밥 사는 것. 그게 바로 돈이고 내 밥그릇이지만 당장 인심쓸 때야 뭐.. 나도, 돼지두루치기가 근사하게 나오는 날 도서관에 모여있는 여신들을 식사에 초대한다. 오늘 내가 밥 살께요~~ 식권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줄 서 있는 내게 객기부린다고 그 사람이 눈을 슬쩍 홀긴다.. 어~ 예쁜 고양이..
니트 목티를 입었으니 추운 계절이었겠지.. 그 당시로는 정말 괜찮은 공연장이었어, 경성대 콘서트홀. 티켓을 준비해뒀는데 사정으로 그 사람이 내려오질 못했었네. 고집스레 자리 하나 비워두고 혼자서 봤던 기억이.. 너무 좋았던 공연이었고 (함께 못한 것만 빼고) 특히 이 노래, 노래하기전 조동진의 설명으로 노래의 사연을 듣고는 정말 특별한 느낌으로 무대를 봤던 기억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의 느낌을 곡으로 썼다고. 후렴부 장필순의 코러스와 어우러진 이영재의 치열한 기타솔로는 지금도 생생해. 오늘.. 그리움처럼 겨울비가 내린다.
첫사랑.. 유효기간이 없는 사랑.. 첫사랑이다. 무료, 권태.. 후회가 싹틀 수 없는게 첫사랑이다. 살아내면서 문득 떠오르는 거..? 그런 건 첫사랑이 아냐. 사랑의 생명을 얻는 순간, 그렇게 바로 영원이 되는거 그런게 첫사랑이지.. 미완성이 아닌, 진행형의 설렘.. 그게 첫사랑이야. 내게 있어 그 사람은, 지금껏 바다내음 피어나고, 아직도 파도소리 넘쳐나는 마음 깊은 곳의 '바다' ..
평소 그 사람에게 즐겨했던 작은 선물이 있다. 우편엽서에 예쁜 글귀들을 적고, 색연필로 삽화를 그려서 그 사람의 책 속에끼워주는것.. (참.. 언제적 문화야..) 우편번호 12개의 네모안에는 무지개빛 색종이를 붙여서 말야. 하숙방 메이트가 '청승떤다'고 그랬지만 난 그게 즐거움이었거든. 특히.. 그 사람 생일에는 나이만큼 엽서로 병풍을 만들어 직접 녹음한 음악테입과 함게 선물했지. 그땐 LP로 일일이 한 곡씩 녹음을 할 수 밖에.. 그 중, 가장 좋아하는 몇 곡은 하숙방에서 밤새 이불을 뒤집어쓰고 기존의 곡에다 내 목소리로 2,3부씩 화음을 더해서 더빙을 하곤 했다. 3일을 꼬박 투자한 역작(?)이라 물론 그 사람은 너무너무 감동했고.. 지금 다시 그 짓을 할 수 있겠냐구..? 그 사람, 그 느낌이라면 기꺼이..
주말에 집으로 가는 기차.. 주로 경산역이나 가끔 동대구역을 이용했는데, 4년 동안 참 많이도 달렸겠지만 가장 빈번하게 기차를 탔던건 아마도 광주가 붉게 물들었던 그 시절.. 휴교령으로 오랜 시간 캠퍼스가 문을 닫았을 그 때, 하숙집에 있을 수도 없고 해서 집으로 왔지만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뻔질나게 기차를 탔었네. 어쩌다 그사람이 내려오면, 돌아가는 길에 함께 기차에 올라 굳이 동대구역에서 한번 더 이별을 하고는 다시 내려왔지. 가끔 사치로 무궁화호.. 아니면 통일호나 비둘기호, 만나서 같이 보내는 시간만큼 기차에서 보내지만 전혀 무료하지 않았다. 규칙적인 기차 바퀴의 리듬처럼.. 함께 달리는 내 마음.. 언제나 설레임..
조심스레 마음을 주고받던 그사람에게, 어느 날 찻집에서 노래를 들려줬다. “이게 이번에 새로 나온 노래거든? 근데 노랫말이 참 아름다워.“ ‘늘 나는 혼자였고 외로운 밤이 싫었어. 하지만 당신을 만나고, 내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걸 느끼면서 그길고 외롭던 밤조차도 이젠 행복한거야’
늘 음악얘기가 생활인 남자친구를 그러려니 하고듣기만 하던 그사람. 며칠 후, 그사람이 조교로 있는 연구실에서 제일 지겨운 실험수업이 있던 날 별 생각 없이 친구랑 실험실로 들어서던 난, 지나치는 그 사람이랑 슬쩍 눈인사를 나눴는데.. 곧 이어 연구실 안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음악. 뭐야? 무슨 노래야? 라는 친구들 속에서가슴 뛰게 다가오는 그 노래는, 바로 며칠 전 그 사람에게 애써 들려줬던 그 곡.. 아.. 사랑의 메아리..
과 행사나 써클 행사때, 늘 음악에 관한 숙제를 맡았다. 특히, 12현 포크기타를 들고다니며 행사때 반주를 하곤 했지. 한가지 불문율은, 절대 나한테는 노래 시키지 말기. 숫기가 없어 남 앞에 혼자 서는건 늘 떨렸으니까. 조 페리가 담배를 물고 기타를 치는 모습이 길게 붙어있고, 조그만 음반자켓 사진들이 바둑판처럼 빼곡하던.. 속리산 여행때도 제주도 졸업여행 때도, 각종 행사 때마다 분신처럼 따라다니던 12현 기타. 친하기 전.. 딱 한번 그사람 앞에서 노래한 적이 있었지, 'Mr. Lonely' ..
그 당시.. 대부분 그렇듯 영화는 즐겨봤지만, 연극은 별로 가까이 할 기회가 없다. 그 사람이랑 몇 번 갔던거 같은데, 추운 날씨 대구역 옆 시민회관에서 계단을 팔짝팔짝 오르내리며 그사람을 기다렸던 기억이 있어. '빨간 피터의 고백' .. '초콜릿 데이트' .. 기억에 남아있는 작품이다. 연극이란걸 처음 보면서, 지루할 것 같던 기대(?)를 철저히 부셔버렸던 추송웅.. 어두운 조명아래 철장을 넘나들던, 황홀하기까지 하던 1인극. 그날.. 아주 밤늦게까지 동성로를 헤맸었다.
지금은 이름이 바뀌었더만, 예전의 중앙공원. 또.. 두류공원, 앞산공원.. 달성공원, 공원이 많았어. 특히 도심 가운데 중앙공원, '나드리에' 가서 식사를 할 때면 근처라 몇 번 들렸었다. 공원답지 않은 입구 매표소.. 몇 종의 동물도 있었던가? 하여튼 시내 한복판에 좀 이색적인 공간이었지. 공원에 가면 그사람은, 특별히 말이 없었다. 그냥 이리저리 걷기만 하고.. 나도 한발짝 뒤에서 따라 걷기만 했었고. 왜.. 공원에만 가면 말이 없었을까.. 뭔가 할 말이 있는데 막상 가서는 안하게 되는지, 아님.. 원래 공원이란 공간에서는 마음을 내려놓아 말이 없어지는지. 난 굳이.. 물어보지는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