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
그 사람을 생각하면 어때들? 'It Always Turns Out Good~~♬.. 노랫말처럼, 그저 즐겁고 행복한지. 처음 느낌 그대로 한결같은지. '사람들은 말하지.. 사랑이란건 변하는거야, 너희 사랑도 잠시 뿐인거야.. ♬' '하지만, 우리 사랑은 영원할 거라 믿어.. 눈물.. 슬픔.. 이딴거 없는 영원한 사랑말이지..' 나 또한 그랬네. 근데 다들.. '그 사람'이 곁에 있긴 한겨?
어느 날 쉬는 시간 매점에서 펀치를 마시는데 그 사람이 '어? 반지 어쨌어요?' 그 당시야 뭐 커플링같은 건 없던 시절인데 혼자 유별나게 칠보로 살짝 장식된 금반지를 끼고 다녔거든. 하나 아들 객지생활 한다고, 혹시 급할때 비상금으로 쓰라고 엄마가 해주셨지. 그땐 전당포라는게 주위에 많이 있었어. (참 '응답하라' 시절이다) 늘 분신처럼 끼고 다니던 반지가 손가락에서 보이지 않는 걸 그 사람이 용케도. 전 날, 친구녀석 두 놈이 하숙집으로 놀러왔어. 특히 한 녀석은 멀~리 서울 신촌에서 날아왔네. 지금은 풍채 좋은 이비인후과 원장님이 되신. 그 골짜기에서 갈데가 어디 있어? '청실'에 갔지. 오랫만에 셋이 만나 실껏 떠들며.. 그렇게 마신 맥주. 계산은 4만5천원.. 그런데 돈이 모자라. 어떻게 해? 반지를 맡겼지. 어차피 하숙집 코앞이고 '젊잖은' 고객이니. 지금도 생각나.. 이거 진짠가? 하며 깨물어보던 뚱보 여사장님. 그날 밤 잠을 설쳤네, 무슨 큰 죄라도 지은거 같아서.. 순진했던 그 젊은 날.. 이틀 후.. 과사무실에서 연락이 왔어, 등기속달 왔다고. 우체국 소액환 '일금 15,000'씩 든 두 통의 편지.
사랑만으로만 이 세상을 살 순 없지? 그리고 둘이서만 좋아하면 아무 문제없냐구. 그랬으면 좋을 세상.. 이런저런 장애.. 은근히 방해받는 일상의 요소들이 문득, 저만치 비구름처럼 다가온다.. 언제부턴가 싸늘한 음성으로 전화를 받는 그 사람의 엄마, 잠깐씩 어두워지는 그 사람의 얼굴. 지금은 아니지만.. 아직은 행복한 웃음 속에 있지만, 우리를 상처입힐 수도 있는 언제쯤의 어려움들이 어렴풋이 스며든다. 젊은데 뭐.. 좋아하는데.. 이렇게 같이 있는데 뭐. 그렇게 믿었고, 애써 그렇게 생각했네, 적어도 그때는..
" 그래도 우리에겐 사랑이 안개처럼 피어나는 사랑이 그래도 우리에겐 사랑이 눈물 속에 피어나는 사랑이~ " ♬♪
개그맨 전유성과 가수 진미령의 독특한 결혼패턴.. 많은 이들이 공감 못하고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꽤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거 같애. 전유성의 말을 듣자면, 결혼도 일종의 계약이래. 그래서 자기들은 1년 단위로 계약을 한다네? (실제 문서화하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계약'의 최고 선은 '갱신'에 있다는 거야. 그래서 계약갱신을 위해 서로 끊임없이 노력들을 한다는 거지. 괜찮지 않어..? 너무 기계적인 표현같지만 말야. 사랑한다면.. 서로를 존중하고 책임감을 느끼기만 한다면 꼭 갱신을 위해 노력하는거지. 가식적이거나 위선적일 필요도 없이, 의무감 따위로 자조할 필요도 없이.. 어떤 난관이나 갈등도 기꺼이 넘어설 만큼 사랑한다면 말야..
그 사람이 있던 연구실의 실습시간. 실험이라는게 소꿉장난이 아닐진대 어차피 재미없는데다 까칠한 박사과정 조교 땜시 늘 따분한 시간이었어. 실험과정 중에 드나들 수도 있고, 잠깐씩 여유있는 휴식이 있는터라 4시간의 강의를 견뎌. 실험실 소속이라 이런저런 어시스트를 하면서 그 사람이 수시로 왔다갔다 하는게 그나마 즐거움이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용매, 시약 냄새. 각 조 테이블마다 적당히 시끌벅적 건성으로 기계적으로 멍하니 실험조작을 반복하지만 머릿속은 꿈의 나들이. '강의 끝나고 어디 가자 그럴까?' '도서관에서 밤늦게까지 있다 갈려나?' '주말에 뭐 할건지 물어봐야지.' 갑자기 옆에서 '퍽~~' '쨍그랑~~' 램프의 불꽃이 튀면서 플라스크가 깨졌어, 이런~ 하숙방 룸메이트가 손을 베었네.. 아까운 피. 그래도 즐거운 상상..
Lady Starlight.. '차가운 겨울밤.. 하늘의 별을 헤며 긴 밤을 보내.. 헤어진 우리 사랑처럼 너무도 멀리 있는 저 별들..' ♬♪ 꼭 마음에 와닿는 노랫말이다. 내가 바라볼 수 있고, 나를 향해 반짝이지만.. 그 빛이 시리도록 아름답지만 그건, 손 닿을 수 없는 먼 전설같은 반짝임일 뿐.. 별이 다해 땅으로 떨어지거나 내가 다해 별이 되지 않고는, 서로에게 다가갈 수는 더더욱 없는 것..
그럭저럭 시간이 지나니 둘이 다니는 것도 익숙하고, 주변에서도 CC로 인정하는거 같고, 허나 내 맘 속에 그사람을 담아도 담아도 끝은 없고. 마치, 다이어트는 언제 완성이지? 라고 물으면 끝이 없어, 평생 하는거야.. 하듯이 이.. 사랑이라는 녀석도 끝없이 가꾸어야 하는 것. 판단하지 말고, 규정짓지 말고, 밭갈고 물뿌리며 농사짓듯.. 끊임없이 돌보는 것. 하루하루.. 그렇게 무르익어가는 내 마음.
지금도 있나? 동아문화센터..동성로에서 반월당쪽으로 있었던가? 그 사람이랑 공연을 보러갔었다. 조동진, 장필순, 신촌블루스.. 그리고 조금 지나서 따로또같이, 들국화, 어떤날, 시인과 촌장.. 우리노래전시회 시리즈로 꽃을 피워 언더에서 오버그라운드로 진정한 아티스트들이 숱하게 피어나던 시기, 동아기획 사단의 뮤지션들이 자주 공연을 했었어. 화장실에서, 교복을 꽉 끼게 입고 들어오는 전인권을 만나기도 했고 '따로또같이'의 다시 볼 수 없는 무대도 몇 번 봤었고, 이정선과 엄인호의 기타배틀도 기억 속에 있어. 그 사람이랑 함께 하던 음악세상.. 그 때로 다시..
그땐 '대학가요제'라는게 큰 행사였다. 호프집 같은데서 우르르 모여서 보곤 했지. 근데 역시, 1,2,3회가 '전부(?)' 였던거 같아, 마치 록히스토리에서도 어떤 아티스트의 1,2집이 전설이듯이. 산울림, 따로또같이, 들국화, 어떤날.. 모두 1,2집이 '그 자체' 잖아? 어느 해, 그 사람이랑 모여서 음악감상실에서 방송을 봤었지. 그 날은 DJ들도 방송 접고는 대형화면으로 TV를 틀어줬거든. 기존의 팝이나 칸소네 등을 번안해서도 출전이 가능했던 그때, 기술적으로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다양성이나 감성적으로는 더 풍요로웠던 그때. 詩를 가사로 했던 곡들도 여럿 있었다. 젊은이들의 사랑노래로 한동안 회자되곤 했어.